나는 행복을 만드는 중요한 포인트가 감흥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말하는 감흥이란, 자극과도 비슷한 말인 것 같다.
돈에 대해서 우선 생각해보면, 돈이 많으면 더 행복할 것 같다고 가끔 생각하고,
또한 돈이 없기 때문에 현재 덜 행복하다고도 가끔 생각한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내가 가진 돈의 양, 그게 많이 중요할까?
아니면 조금 더 나아가서는, 월급의 양, 그게 행복을 결정하는 중요한 팩터인가?
내 월급이 지금보다 100만원이 오르면, 그럼 매일 매일의 나의 행복은 지금보다 꽤 증가할 것인가?
나는 그것이 별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행복의 기원'이라는 흥미로운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나는 아마도 거기서의 주장을 잘 받아들인 것 같다.
내가 받아들인 바는
(그것이 그 책에서 실제로 주장하던 내용이 아니라 해도, 어쨌든 내가 받아들이고 현재 기억하는 바는)
우선, 행복이라는 게 어차피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지속되는 행복이라는 게 없는 이상,
지속되는 행복을 주는 조건이라는 것도 당연히 없을 것이다.
예컨대, 재산이 한 100억 있으면, 지속적인 행복감이 있을까?
없다는 얘기지.
내가 생각하는 예시는 다음과 같다.
사람 A는 월급이 1000만원이다.
사람 B는 월급이 100만원이다. 그런데 부업으로 월 10만원을 더 번다.
누가 더 행복감을 느낄까?
난, A가 월급날에 느끼는 감흥보다,
B가 부업 10만원을 버는 날에 느끼는 감흥이 훨씬 클 것 같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B가 한 달에 적어도 한 번은
A가 1년 내내 느끼는 적이 없을 정도의 큰 행복감을 느낄 것이라는게 내 추측이다.
(만약 이게 맞으면, 공무원은 정말 좋은 직업일 것 같다.)
위의 상황을 다양하게 변주해볼 수도 있다.
예컨대 A도 부업을 하여 월 10만원을 더 번다고 치자.
물론 A가 extra money 10만원을 받는 순간의 행복은
B가 extra money 10만원을 받는 순간의 행복보다는 작을 것이라고 쉽게 추측 가능하다.
B에게 10만원은 상대적으로 큰 돈으로 느껴지겠지만, A에게는 상대적으로 껌값으로 느껴지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건 너무도 쉬운 분석이어서, 사실 별 의미도 없다.
여하간에 일단 말하고 싶은 것은, 재산의 총량이나,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의 양보다도,
그런 정해지거나 기대되지 않은 돈을 범으로 인하여 오는 자극이,
사람이 느끼는 행복감에 더 중요한 요소인것 같다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고 보니, 부업이라는 것도 거의 월급처럼 되어 버리면, 아마 감흥이 떨어질 것도 같다.
아마도, 기대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또한 돈에 대해서 약간의 다른 관점도 생각해보면,
내 생각엔 재산이 증식됨으로 인하여 느끼는 행복감보다는,
진정한 extra money를 얻을 때에 느끼는 행복감이 더 자극적이어서 감흥이 클 것 같다.
그것은 무슨 말인고 하면 다음의 예를 생각해보자.
상황 1은, 어떤 사람이 어제 샀던 주식을 오늘 팔아서 10만원의 이익을 본 경우.
상황 2는, 같은 사람이 (주식은 하지 않았고) 오늘 갑자기 공짜돈 10만원이 생겼는데,
이 10만원은 오늘 내로 다 쓰지 않으면 그냥 사라져버리는 돈인 경우.
그럼 상황 2에서는, 10만원은 어제까지는 나한테 없던 돈이기도 했거니와,
실제로 오늘이 지나면 또한 없던 돈이 될 예정이고,
오늘은 정말 '내 돈'이라는 생각이 없이 그 돈이 나에게 가장 큰 기쁨을 줄 수 있는 방법으로 사용할 터이다.
정말 맛있는 것을 사먹든지 등.
그런데 상황 1에서는, 물론 어제까지 없던 10만원이 내 손에 들어오긴 했다.
그런데 들어온 순간 그것은 내 재산의 일부가 되고, 그것을 쓰냐 마냐를 고민해야 한다.
쓰면 쓴 대로 행복감이 있겠지만, 안 쓰면 안 쓰는대로 그만큼 내 재산이 늘어나니까.
만약 쓰려면, 재산 증식에의 기회를 포기하고 써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결정하고 오늘 10만원을 쓴다고 하더라도, 상황 2와 비교하면 덜 행복하지 않을까?
만약 이러한 분석이 맞으면, 내 생각에는, 돈으로 행복감을 느끼려면,
위와 같이 기존의 재산이나 월급 외에, 기대되지 않았던 extra money를 얻되,
그 extra money는 내 재산으로 편입될 기회가 전혀 없어서, 써버리는 수밖에 없는,
그런 종류의 extra money가 생기는 상황이,
또한 가능하면 그런 상황이 액수에 관계 없이 자주 생기는 편이,
좋은 것 같다.
그런데, 그런 상황을 어떻게 만들지? 그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목표가 재산 증식이라기보다 행복 증진에 있다면,
위와 같은 생각을 하면 재산 증식에의 집착을 버리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단기간 내에 가격이 급등할 주식을 잘 찾아서 왕창 투자해서 일회성 수익을 올리는 것,
이런 것이 난 좀 부질없다고 느껴진다. 왜냐면, 그래봐야 1회가 아닌가?
한 번 행복하고 말 것이라는 거지.
한 달에 한 번 이런 행복을 맛보려면, 이런 주식을 한 달에 한 개 이상 찾아야 할텐데, 그게 쉽겠어?
글쎄 그래서, 시세 차익으로 인한 수입을 얻는 것에 나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감흥이 있는 수입, 또한 자주 반복될 수 있는 감흥이 있는 수입, 액수는 적더라도,
그런게 행복에 훨씬 도움이 될 것 같다.
예컨대, 한 달에 한 3만원이라도, 반드시 써야만 하는 extra money가 있다면,
한 달에 한 번이라도 3만원짜리 맛있는 스시라도 사먹고 마음 편히 행복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다시 말하면, 위의 조건에 충족하는 그러한 extra money를 도대체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신기루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이론 상으로 생각해볼 수는 있겠지.
위에서는 돈을 가지고 얘기했지만,
행복을 주는 다른 것들에 대해서도, 비슷한 원리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예컨대 애정. 내가 바라는 그런, 남녀간의 애정? 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서로 좋아하는 사람이 새로이 생긴다면, 설레고, 감흥이 있겠고, 그래서 행복감이 느껴지긴 할텐데,
그래봐야 그런 감흥과 행복은 조만간에 없어지는 것이 아닐까?
그러면, 그런 감흥을, 크기가 크진 않더라도 꾸준히 느끼게 할 상황을 만들 수는 없을까?
글쎄..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