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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일 없어요?

"별 일 있었으면 좋겠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그게 내 마음인것 같다. 꽤 오랫 동안 그런 것 같다.

얼마 전에는 친한 형도 그런 말을 하길래, 아 나만 그런 것은 아니구나 싶었다.

 

peace of mind? 이걸 아직 원하지는 않는 것 같다.

오히려 마음의 동요를 원하는 것이 아닐까?

 

3년 전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을 때, 설레고 좋았었는데.

그땐 업 앤 다운이 심했는데, 그 당시에는 힘들 때는 힘들었는데,

지금은 업 앤 다운이고 뭐고 그냥 아무 것도 없어.

 

아무 것도 없어서 텅 빈 느낌이 드는 걸까?

 

이것은 무엇으로 채워질까.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라는 책이 있길래 사서 읽었다.

근데 이건 삶의 의미를 다 잃은 절망적인 사람에게 필요한 책인 것 같다.

 

난 그렇진 않다. 그래본 적이 없다. 의미가 없어도 난 삶에의 의지는 꽤 강한 것 같다.

죽고 싶다는 생각일랑 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삶에는 의미가 없다는 명제에 더 끌리는 것도 같다. 삶은 그냥 사는 것이라는.

 

난 그냥 오늘을 충실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충실하다는 것은 뭘까. 마음 가는 대로 살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마음 가는 무엇인가가, 강렬하게 마음이 가는 무엇인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 말라는, 지킬 것은 지키라는, 그런 내*외면의 족쇄들을 다 부숴버리고 달려가고 싶을 정도로,

강렬하게 원하는 무엇인가가 있었으면,

그럼 좋을까?

 

강렬하게 마음이 가는 사람은 있었다.

그런데 나만 그랬고, 그 사람은 나에게 그렇지 않았다.

우린 아무 것도 같이 할 수 없는 사이였고, 뭐라도 하면 그 사람에게 너무 리스크가 큰 상황이었다.

그 리스크를 감당할 정도로 나한테 그 사람은 관심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아니 리스크고 뭐고, 나한테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면 좀 서글프기는 하다.

 

하지만 그래도 그녀와 몇 시간이고 아무 것도 안 하고 같이 노래 들으면서 같은 공간에 있을 수 있던 시간이 있어서,

생각하면 참 고맙다.

그 순간이 참 좋았다는 사실은, 잊을 수가 없다.

그 때의 느낌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흐려져가기는 하지만.

그렇게도 시간이 가지 말았으면 하는 순간은 살면서 없었던 것 같다.

아니 그러면서도 동시에, 이 시간은 흘러가서 없어지기 때문에 소중하다는 생각도 한 것 같다.

그냥 그 순간이 너무 좋으면서도, 동시에 금방 금방 흘러간다는 사실이 아쉽기도 했다.

 

그 사람은, 나랑 같이 있을 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조금은 궁금하긴 하다.

 

잘 살고 있는지, 물어보는 것도 이젠 별 의미가 없어진 것 같아.

뻔한 대답. 아무 진전도 없고.

부담 주기도 싫고.

 

 

좋아하는 사람이랑 손 잡고 길을 걷고 싶고, 맛있는 거 사먹고 싶고,

꼭 껴안고 있고 싶고, 만지고 싶고.

 

이런 건 그냥 마냥 기다리고만 있으면 안되는 걸까 도저히?

 

 

아니면, 다른 것으로 이런 허한 마음이 채워질 수도 있을까?

 

예컨대 충분한 extra income이 생기면,

사는 것도 재미있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