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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에 뭔가 있다

노래 하는 것만 듣고 거의 울 뻔한 적이 있던 가수는, 두 명이다.

Eva Cassidy 와 김광석.

둘 다 요절했다. 죽음의 그림자가 이미 목소리에 묻어있어서 그런가?

에바 캐씨디의 경우는,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over the rainbow), 죽은 사람인줄도 모르고 들었던 건데.

 

내가 노래를 들을 때에 원하는 것은 딱히 가창력만은 아닌것 같다.

가창력이 좋으면 듣기도 좋기는 하지만, 가창력이 다는 아니다.

 

여자가, 외모가 다가 아닌 것처럼.

 

목소리에 뭔가가 있어야 된다.

그건 근데 그냥 100% 주관적인 느낌이고, 또한 무슨 느낌인지조차 설명하기 어렵다.

그냥, 어떤 가수들에게서는, 목소리에 뭔가가 있다고 느껴진다.

 

그런 느낌을 내게 주었던 가수들은, 로이킴, 안다은 (어쿠스틱 콜라보, 디에이드), 김호중.

또 있었나? 지금은 기억이 여기까지밖에 안나네.

셋 다, 오디오로만 처음 접했던 가수들이다. 생긴거나 이런거 전혀 모르고, 노래로만 듣고,

어! 했던 것이다.

 

얘네들 노래는 그러니까,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달까?

내 가슴 어딘가를 건드린다. 간질이는 건지, 꾹꾹 누르는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 생각해보니, 악동뮤지션의 수현이도 그렇다. 그런데 수현이는 노래가 별로 없어.

좀 많이 좀 해주지, 남의 노래든 자기 노래든.

 

여하간, 이건 가창력도 아니고, 그냥 타고 나야 하는 것 같다.

이런 rare한 것을 가지고 있는 그들이, 부럽기도 하고,

그런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 줘서 고맙기도 하고.

 

그런 면에서 로이킴에게는 좀 아쉽다.

무슨 사건으로 인하여 그 가수의 사람됨에 대한 신뢰를 잃으면, 사실 그 목소리를 별로 더 듣고 싶지 않은 것 같다.

아이비가 그랬었고, 로이킴도 그렇고. 이수는 쫌 긴가민가하고.

예전에 박진영(JYP)이 어디선가 했던 얘기 같은데, 대중들은 사람을 듣는다는, 인간성을 듣는다는, 그런 류의 얘기.

정확하게는 기억 안나지만, 여하간 그 사람이 좋아야 그 사람 노래를 듣는다는.

싫은 사람의 노래는 아무리 가창력이 좋고 노래가 좋아도 그 목소리를 별로 듣기 싫은 거다.

 

그 아까운 목소리를 가지고 그래버리다니 참.

(로이킴 본인 주장은 결백하다는 것 같은데, 하여간 그냥 심증이라는 게 있는 거지.

나같은 별 정보도 없는 사람이 그런 심증을 가진다는 것이, 로이킴 본인에게는 부당할 수 있겠지만.

(뭐 그런데 내가 그렇게 생각하든 말든 로이킴에게는 전혀 관계 없으니 다행이다.)

여하간 여기서 '그래버리다니'의 주어는 그래서 꼭 로이킴이라기보다는, 그냥 이렇게 된 상황 이라고 하는게 더 맞겠다.)

 

 

요즘은 호중이 목소리가 정말 기가 막히다.

물론 가창력도 기가 막혀서 금상첨화이지만.

 

뭐 성악이고 트롯이고 테크닉은 별 상관 없는것 같고,

무슨 노래를 부르건 간에, 그냥 가슴에 훅훅 들어온다.

그렇게도 우여곡절이 많았나 삶에? 아니면, 그냥 그런 목소리를 타고 난건가?

 

여하간, 일 터지지 말고, 많은 노래 불러줬으면 좋겠어..